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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를 보내드리고

재스민2 2014. 12. 5. 18:29

지난달 28일.

뭔가에 쫓기듯 마음이 급하다.

토요일인 내일 익산 병원으로 옮겨 가신 아버지의 병문안을 가려 했었는데....

급히 준비를 마치고 운전대를 잡았다.

병구완은 간병인이 해준다 해도 아침저녁으로 들락거리며 아버지 드실 것을 챙기는 올케에게 들러, 아버지 입맛에 맞는 걸로 알아서 해드리라고 봉투 하나를 전하고 병원으로 향했는데

병실에 들어서자 아버지 호흡이 수상하다.

간병인에게 아버지가 왜 그러시냐니까 보조 침대에 앉은 채로, 점심을 잘 안 드시려고 해서 조금 드셨다는 말을 한다.

그건 그렇다 해도 전북대 병원에 계실 때는 좋으셨고 여기서도 잘 드시고 좋으시다는 말을 듣고 왔는데 왜 그러시냐며

아버지를 부르며 얼굴을 만져도 못 알아보시며 숨을 몰아쉰다.

그제야 간병인도 간호사를 불러오고 간호사가 총출동하고 담당 의사를 호출하고 난리다.

급히 남동생과 언니에게 상황을 전하고 빨리 오라는 연락을 취하는 사이 의사는 어떻게 할 거냐고 묻는다.

심폐소생술을 하고 생명연장술을 할 거냐를 묻는 것이다.

우리는 아버지의 마지막 시간이 오면 어떠한 시술이나 장치를 하지 않고 편안히 보내드리자고 의견이 모였기에그 뜻을 밝혔다.

이미 남동생이 입원하면서 그 뜻을 밝혔지만 확인하는 차원의 말이었다.

그러면서 아버지의 운명을 선고하는 것이었다.


아버지!

어쩜 그렇게 허망하게 가시나요?

동생네 집에 들르지 않고 곧장 병원으로 왔더라면 아버지와 대화를 나누어 볼 수 있었을 텐데 하는 후회가 밀려온다.

간병인도 그런다.

조금 전까지도 얘기를 나누었었다고.

'아버지, 하늘나라 가서 엄마 만나서 좋겠네. 편안히 가세요.'

아무리 귀에 대고 아버지를 불러봐도 아버지 몸은 서서히 식어만 갔다.


응급실로 들어오신 아버지는 하루를 지나 중환자실 환자가 되셨고 열흘을 그곳에 계셨다.

다행히 항생제 부작용도 없으셔서 열도 나지 않고 잘 견디셨고 일반 병실로 옮기셨었다.

묽은 미음만 떠넣어 주는 간병인에게 밥을 달라고 하셨던 분.

간호사는 중환자실에서 올라오신 분이기에 그에 맞는 매뉴얼대로 식사를 제공하고 있던 것이었다.

그 말은 전해 들은 남동생이 평소 즐겨드시던 보신탕을 끓여 가지고 와 드리니 밥과 함께 한 그릇을 맛있게 드셨던 분이시다.

이렇게 아버지는 평소에 즐겨 드시던 것을 찾으셨고, 칼국수도 홍시감도 잘 드셨고 간호사 몰래 컵라면도 간식으로 드리면 잘 잡수시던 분이셨다.

폐렴은 어느 정도 회복이 됐는데 검사 결과 오른쪽 폐에 뭔가 보인다는 소견이 나와 조직 검사를 해본 결과 소세포폐암 판정을 받으셨었다.

그 연세까지 담배를 피우셨던 결과로 보면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다.

91세 연로하신 분이라 수술이나 항암을 거부하고 사시는 동안 잘 잡숫게 하고 이미 하실 일은 다 마치신 분이시기에 암환자란 사실은 숨기기로 의견을 모았었다.

추석 무렵 아버지 목욕을시켜드렸을 때만 해도 전보다 야위긴 했어도 팔이며 어깨에 근육이 눈에 띄었었는데 그 근육들도 다 사라지고 얼굴마저도 너무 말라 계셨다.

그래도 병실에 계신 다른 보호자가 놀랄 정도로 식사를 잘 하시고 말씀도 잘 하셔서 이렇게 쉽게 가실 거란 생각은 추호도 하지 못 했다.


아버지,

아버지께서 늘 앉아 계시던 집 앞 느티나무 아래 아버지의 의자는 주인을 잃고 홀로 동그마니 놓여 있더군요.

그 자리에 앉아 둥구밖을 바라 보시며 쉬셨지요.

눈 앞에 펼쳐진 문전 옥답을 지켜보시면서요.

차를 몰고 들어 서는 자식들에게 "오냐?" 하며 반기시던 그 자리에 그 의자.

그 빈 의자에 흰눈이 소복이 쌓여 있겠네요.


이젠 죽고 싶다 하셨을 때

'죽고 싶다고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하느님이 부르실 때까지는 기다려야지요.' 라고 했더니 고개를 끄덕이셨지요.

아버지,

한때는 아버지 앞에 제가 먼저 갈까 봐 가슴 졸이던 때가 있었어요.

그런 불효를 저지르지 않게 해주셔서 감사해요.

아버지를 보내드리고 안타깝고 섭섭한 마음도 있지만, 통증을 모르고 계시다가 잘 드시고 주무시는 듯 편안히 가셔서 저희 자식들은 감사했어요.

대쪽 같은 성격으로 자식들에게 다정다감한 모습보다 엄하신 모습만 보이시다가 떠나셨지만, 아버지 가르침 대로 자식들 모두 정직하고 성실하게 잘 살아갈게요.

하느님 품 안에서 편안히 영면하시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