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5일 토요일.
휴대전화 너머에서 들리는 아들 목소리
"엄마, 오후에 어디 가?"
떨어져 지내더라도 엄마가 집에 부재중일 때가 많은걸 아는 지라 우선 집에 있을지 부터 묻는다.
"오후엔 목욕탕 다녀오는 거밖에 없어.
왜, 집에 오려고?"
"응, 그럼 내일 갈게.
그런데 미사 끝나면 몇 시쯤이야?"
하는 아들 녀석 전화.
올커니! 와서 외식 시켜주려고 묻는구나 싶어
"그냥 네 집에서 점심 먹고 와.
28일 정기검사인데 3일 전부터 음식을 가리라고 한다.
버섯도 먹지 말라, 씨 있는 대부분의 과일도 먹지 말라,
심지어 귤도 먹지 말고 파도 먹지 말라하니 집에서 편안히 먹을란다."
이렇게 검사 사흘 전부터 음식주의에 들어갔다 .
이틀 전에는 현미를 비롯한 잡곡밥, 콩류 야채류 해조류 김치도 먹지 말란다.
계란 두부 생선 햄 닭고기는 먹으라 했지만 계란 두부 빼고는 썩 내키는 식재료가 없다.
그리고 전날 아침은 흰밥, 점심은 흰죽으로 음식섭취는 마감하고 금식에 돌입.
저녁 6시에 피코라이트 가루약 1포를 녹인 물 한 컵과 둘코락스 두 알을 먹고 물 1리터를 마시라 했는데
어쩌다가 한 시간가량 늦어졌다.
워메! 죽을 맛이다.
속이 메슥메슥 울렁울렁.
항암치료 트라우마가 나타난다.
그리고 두어 시간이 지나자 나타나는 신호.
세 시간 지나 두 번째 피코라이트 녹인 물 한 컵과 물 1리터 마시기.
이젠 정말 토할 것 같은 단계까지 왔다.
구토가 발생하면 복약을 중지하고 의사 샘과 상담 바란다고 쓰여 있었지만 지금 이 시간에 어디로 전화를?
똥단지 우대듯 내 몸을 살살 달래가며 속을 비우다가 잠이 들었다.
검사가 오후인지라 아침 8시에 그 보약(?)과 함께 또 물 1리터를 들이켜야만 했다.
그리고 병원 갈 채비를 하고 있으니 며느리가 손주녀석 어린이 집에 보내놓고 군산에서 보호자 역할을 하려고 들어온다.
며느리 차에 몸을 싣고 드디어 병원도착.
수납을 마치고 11시 예약된 펫시티를 찍으러 갔다.
내 몸 속에 암세포가 남아 있다면 모두 드러나게 해주시라고 기도하고 높은 검사대에 올라 누웠다.
윙윙거리는 기계음과 달리 편안히 누워 있는 나.
예민한 탓에 검사 날짜가 다가오면 의지와 상관없이 긴장이 바짝 되건만,
막상 검사 당일이 오면 이상하리만치 불안이나 초조감이 없이 차분해진다.
"숨 들여 마시고 숨 참으세요."하는 소리에 한껏 심호흡으로 배를 채우고 참았다.
"숨 쉬세요."
기나긴 검사시간이 막바지에 이르렀음이다.
혈액검사실에서 또 한 대롱의 피를 뽑히고 나서 구내식당으로 향했다.
며느리는 깜짝 놀라며 "어머니 검사 마치면 가서 죽 사드리려고 했어요." 한다.
검사 받는 사람이야 그렇다 치고 생사람까지 굶을 일이 뭐 있겠나!
며느리 점심을 먹이고 나서 다시 지하 핵의과로 가서 헬리코박터균이 남아 있는지 검사를 했다.
얼마 전에 위내시경 검사 시 위궤양과 헬리코박터균이 발견되어 위궤양 치료로 이십여 일 간 약을 복용했었고
뒤이어 헬리코박터균을 죽이는 독한 항생제를 일주일간 복용했었다.
그 약의 독함이란…
그리고 한 달이 지나 헬리코박터균이 남아있는지 다시 검사하는 것이다.
두 번 다시 복용하고 싶지 않은데 30프로 정도는 한번 치료로 완전히 없어지지 않는다 한다.
그 독한 약을 복용하면서 얼마니 간절히 원했던가.
한 번에 끝낼 수 있게 해달라고.
그 검사까지 마치고 암센터 소화기 내시경실로 향했다.
오후 두 시 예약을 확인하니 이미 네 분이 먼저 와서 대기 중이다.
엉덩이에 바람이 솔솔 들랑거리는 환자복으로 갈아입고 손등에 링거를 꼽고 나서 스텐바이 하고 있는데
4년 전 대장내시경 검사를 마치고 회복실에서 눈을 떴을 때, 빨갛게 충혈 되어 있던 아들의 눈이 생각이 났다.(당시 그병원 근무)
정기검사를 앞두고서 담담하게 기다린다곤 하지만 검사 날짜가 임박하니 내 몸의 모든 감각은 긴장을 하고 있었나 보다.
어젯밤은 불면증으로 두 시간 정도의 잠밖에 잘 수가 없었다.
검사실 검사대에서 새우등처럼 구부리고 옆으로 누워
"약이 들어가면 약간 어지러울 거예요." 하는 소리를 듣고는 수면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어머니, 깨셨어요?"
하는 소리에 눈을 떴고 난 검사를 마치고 회복실에 누워 있었다.
"검사 결과는?"
"어머니, 깨끗했어요."
"용종도 없든?"
"네"
며느리 얼굴에 환한 미소가 보인다.
'주님! 감사합니다.'
이렇게 만 4년을 넘긴 시점에서 정기검사를 하고
내일 오후 나는 외래로 검사결과를 들으러 담당교수를 만나러 간다.
"잘 지내셨죠? 검사 결과가 다 좋습니다."
하는 이 말을 또 다시 듣게 되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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