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올린 카페글

[스크랩] 귀신 곡할 노릇이라더니

재스민2 2013. 6. 17. 10:22

지난 달 22일.

빨아놓은 이부자리를 거실에 펴놓고 시칠 일이 있었네요.

홑이불을 시치고 뒤집어서 다시 중간 중간에 한 땀씩 떠 주느라 안경(돋보기)을 써야만 했지요.

바늘귀에 실을 꿰려면 안경을 안 쓰고는 절대 불가능한 처지가 된 지 꽤 됐걸랑요.

바늘귀를 꿰고는 안경은 벗어서 행여나 깔고 뭉갤까봐 조심스레 소파 위에 올려놓기를 여러 번

 

손질을 마친 이부자리를 안방에 들여놓고 청소를 시작했답니다.

앞뒤로 창이란 창은 모조리 열어 두고서.

가벼운 카펫은 베란다에 잠시 걸쳐 널었다가 털어서 들이고 청소기 밀고 봉걸레 밀고.

두어 시간이 훌쩍 지났네요.

스맛폰을 보려고 아까 쓰던 안경을 찾으니 눈에 안 띄네요.

어라? 아까 분명 소파위에 착실히 올려놓았었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없쓰무니다.

 

소파 밑을 엎드려 들여다보고, 틈새에 끼었나 하고 손으로 찔러봐도 없고.

미치고 폴딱 뛰겠더라고요.

불과 두 시간 전에 썼었는데...

혹시 쓰레기에 딸려 나갔나? 하고 쓰레기봉투를 뒤져 봤지요.

이쪽저쪽 화장실,(화장실에서 스맛폰질 할 때 사용하니까) 

이 방, 저 방 그리고 혹시나 화초 돌본다고 베란다에서 썼나? 하고 베란다도 다 찾아봤네요.

그런데도 없쓰무니다.

 

반짇고리가 든 서랍장을 열어보고 뒤져보고를 수없이 반복.

누가 다녀간 적도 없고

그렇다고 내다버린 쓰레기도 없으니 귀신 곡할 노릇 아닌가!

냉장고도 열어 봤고

심지어 택도 없는 세탁기도 열어 봤네요.

주방 싱크대도 다 열어 봤지요.

집안 서랍은 다 뒤지고 장롱 밑도 긁었습니다.

의심이 제일 많이 가는 장소, 무거운 소파를 나 혼자 당기고 봐도 없쓰무니다.

 

혹시 이부자리에 휩쌓여 갔다가 털 때 베란다 밖으로 떨어졌나? 해서

신발을 신고 내려가 아파트 화단을 아무리 눈 씻고 찾아봐도 없네요.

떨어지다 나뭇가지에 걸쳤나? 하고 올려다봐도 없고요.

 

2년 전에 딸내미가 안경테가 가볍고 좋은 거라며 선물해 준 거에 안경알만 3만원 주고 맞춘 것입니다.

다른 돋보기가 있지만 왠지 포기가 안 되고 어디서라도 금방 나올 것만 같았지요.

하는 수 없이 포기를 하고 있는데 이튿날 딸내미가 왔기에 자초지종을 말하고 딸내미에게 한번 찾아보라고 했네요.

왜 같은 장소에서 내 눈에는 안 띄던 것이 다른 사람 눈에는 쉽게 띄기도 하니까요.

딸내미도 여기저기 있을 만한 곳을 다 찾아봐도 안 나옵디다.

"야, 이제 그만 포기하자.

그 정도 찾았으면 없던 이도 찾았겠다."

아니나 집안을 이 잡듯 뒤졌으니까.ㅎㅎㅎ

그러고도 미련을 못 버리고 생각 날 때마다 찾은 자리 또 찾고 뒤진 자리 또 뒤지고...

운동 다녀오면서 일부러 빙 돌아가서 아파트 화단도 다시 찾아보고.

그렇게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리고 오늘.

울집 강아지 밥그릇에 밥이 떨어졌기에 사료를 부어 담는데 뭐가 툭 하고 밥그릇에 떨어지네요.

뭐지? 하며 살펴보니 글쎄 그렇게 찾던 안경이 거기에서 나와 떨어지네요.

세상에나!!!

사료포대라 봐야 1,8키로 짜리.

한쪽만 겨우 벌어져 있었고 소파하고는 거리가 꽤 된 자리에 놓여있는데...

이눔의 안경이 다리가 달려서 걸어서 거기에 들어갔나? 아니면 기어서 들어갔나?

참으로 귀신 곡하겠네!!!

그리고 그동안 개밥을 한두 번 주었었나?

그때는 왜 안 나왔냐고요.

그렇게 보름 동안 내 애간장을 태운 그 안경을 쓰고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답니다.

 

배경음악 / 시크릿 가든의 봄의 세레나데

출처 : 암과 싸우는 사람들
글쓴이 : 재스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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