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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조일까?

재스민2 2013. 2. 28. 20:07

참으로 포근한 하루였습니다.

오후 늦게 산으로 운동을 나섰답니다.

초입이 가파른 길이라 숨을 헐떡이며 오르는데 젊은 30대 여인이 한쪽으로 길을 비켜주네요.

차림을 보니 운동하기 위해 나온 복장이 아니더라구요.

한손엔 가방을 들었는데 바닥에 조그만 박스 하나를 내려놓고 있네요.

어디 다녀오다가 운동 삼아 산길로 가려고 그러나보다 하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가던 길을 재촉했네요.

완연한 봄기운이 느껴지는 훈풍이 볼을 스칩니다.

숨이 턱에 차게 가파른 길을 지나면 반듯이 편안히 걸을 수 있는 평지도 나오고 또 내리막도 만나지요.

지난여름 태풍 볼라벤의 위력에 처참히 무너진 아름드리나무들을 전기톱으로 잘라 가지런히 정리를 해두었네요.

상처가 엄청나서 올여름은 많은 그늘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리저리 즐겨 다니는 코스를 따라 한 시간이 훌쩍 넘는 시간을 걷다가 아까 침에 젊은 여성을 만난 곳에 오니

그때 땅에 놓였던 종이 박스가 끈이 풀어진 채 그대로 놓여 있는 겁니다.

"이런! 못된 사람이 있나.내용물만 빼서 가방에 넣고 박스는 버리고 가다니"

하고 생각하며 치우려고 집어 들려고 하니 무게감이 있네요.

이상해서 열어보니 세상에나! 비둘기 두 마리가 그 속에서 가만히 있습니다.

하얀색과 회색 비둘기입니다.

열어줘도 날아 갈 생각을 안 하네요.

하는 수없이 바닥에 쏟아놓으니 그제야 한 마리는 날아가고 한 마리는 날다가 조금 떨어진 곳에 내려앉았습니다.

나와 마주쳤을 때 이미 비둘기를 그곳에 유기하러 왔던 모양입니다.

내가 지나간 뒤에 차마 자기 손으로 날려 보내지 못하고 묶어왔던 끈만 풀어놓고 가버렸나 봅니다.

그냥 날려 보내기만 했으면 조금 떨어진 곳 교각 밑에 비둘기들이 살고 있으니 그곳에 찾아들어 살 텐데…….

차마 자기 손으로 날려버리지 못한 마음도 이해는 가나 안타까운 마음도 듭니다.

그나저나 그 비둘기들은 잘 살겠지요?

날씨는 풀렸지만 야생에 잘 적응하고 살 수 있을지 걱정이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