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길로 접어드니 비릿한 밤꽃향기가 코 끝을 스친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카시아 향기, 또 찔레꽃 향기가 기분을 상쾌하게 돋우어 주곤 했는데
뻐꾸기 울음소리 몇 번 들은 거 밖에 없는데 어느새 여름의 초입이다.
한 시간을 약간 넘기는 운동 길에 내 손에 들려 있는 작은 묵주.
기도 속의 주인공은 내 가족이 되기도 했지만 때론 카페의 동지들이 그 주인공이 되기도 했었다.
천사를 만나 늘 긍정적인 투병을 하시는 횐님이 되기도 했고.
병든 제비를 자처하며 강한 의지로 헤쳐나가시는 님이 되기도 했다.
아드님 때문에 애간장 다 녹아나는 그린걸 님도 있었고.
40이 넘은 나이에 자식을 둘이나 얻은 필삐리님의 아내분도 기도 속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그런데 오늘, 아니 어제는 단 한 사람을 위해 기도를 했다.
지난해 2월.
초등학교 동창 카페에 늦게야 카페 존재를 알았다며 머슴애 친구 하나가 들어섰다.
원래 키가 훤칠했던 친구.
그리고 동창 모임에서의 만남.
어릴 적 모습이 남아있던 그 친구.
그리고 가을 무렵.
동창회장으로부터 전화 한 통이 날아들었다.
그 친구가 췌장암이라는.
내가 암에 걸린 사실을 친구들이 알고 있는 생태이니 암선배로써 그 친구에게 도움을 주기를 바라는 눈치였다.
차마 누구도 선뜻 위로의 전화도 못하고 망설이는 눈치였는데...
그러나 그 친구는 상상외로 밝고 긍정적이었다.
싸이클을 많이 타서 체중이 줄어든지만 알았단다.
그런데 어제 그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친구야. 잘 지내지?”
“응 그래, 몸은 좀 어때?”
여느 때 같으면 ‘괜찮아.’ 하던 그 녀석이 말소리가 다르다.
항암제가 더 이상 듣지를 않는단다.
병원에서 이제는 해줄 게 없다는데 온열치료에 대해서 알아보는 중이란다.
항암치료를 하고 나면 이제는 네댓새를 먹지를 못하다 보니 체력은 고갈되고
그래서 이제는 다른 대체요법을 찾는 중이라고.
어느 님은 뺏다시피 한 항암제가 약발이 받는다는 이 말조차 이 친구에게 꺼낼 수가 없었다.
체력이 이미 바닥이라는데.....
“그래 잘 생각했어.”
난 이 말밖에 해줄 수가 없었다.
아직 자식들 하나도 짝 맺어 출가시키지 못한 그 친구.
이젠 지들 앞가림 할 정도는 되니 걱정 없다고 하는 그 마음인들 오죽하랴.
막막하다.
그래서 또 나는 잠을 설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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